• 동전으로 맺어진 인연, 국경 넘어 결실을 맺다.
  • 동전으로 맺어진 인연, 국경 넘어 결실을 맺다.

    잠시 포근했던 날씨 끝에 갑작스레 강추위가 찾아온 지난 18일, 미소가 예쁜 필리핀 신부 Noreen Ann Lindo 씨와 신랑 손범식 씨의 리허설 촬영이 진행됐다. 알콩달콩 새로운 사랑의 역사를 써내려가느라 추운 날씨마저 후끈한 열기로 녹여버린 이들의 국경을 초월한 특별한 러브스토리를 들어보았다.

    1.드라마같은 로맨틱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Noreen Ann Lindo 씨와 손범식 씨
    2.서로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신랑과 신부

    Noreen Ann Lindo, 그녀의 미소는 천사를 닮았다.
    까무잡잡한 신부의 피부 덕에 더욱 돋보이는 하얀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일찌감치 단장을 마친 Noreen Ann Lindo 씨에게 결혼을 앞둔 소감을 물었더니 “Of course, I'm very excited!!"이란 답이 돌아왔다. 결혼을 앞둔 신부들 대개가 기대와 동시에 심란함을 감추고 있게 마련이건만, Noreen Ann Lindo 씨는 마냥 밝기만 하다. 리허설 촬영을 위해 웃는 연습 많이 했느냐는 물음에 옆에 있던 신랑 손범식 씨는 “원래 웃는 모습이 예쁘니까요.”라고 답하며 식도 올리기 전부터 팔불출 대열에 합류했다. 오죽하면 웃는 연습 대신 진지한 표정을 연습했다는 그녀.

    아무리 잘 웃는 신랑, 신부여도 카메라 앞에서 온종일 강제 미소를 띠고 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하는 걱정도 잠시,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그런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어색하지 않은 내추럴한 미소와 함께 힘든 포즈도 척척 해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치 모델의 화보촬영 현장을 보고 있는 듯하다. 처음 보는 에디터에게도 생글생글 친절하게 웃어 보이던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애초에 웃는 얼굴만 있었나 싶을 정도.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 마저 연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그녀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어색한 표정이 되어버려 평생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단 하루가 바로 리허설 촬영일인데, Noreen Ann Lindo 씨에게는 지금의 행복함이 평생 간직될 것만 같다.

    3,4,5.웃는 것에 익숙한 그녀는 인터뷰 중에도, 메이크업을 수정하는 중에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1페소, 그렇게 첫사랑은 시작되었다.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정해져 있는 것일까? ‘하늘이 맺어준 사랑’이니 ‘인연’이니 하는 말들은 이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말인가 보다. 국경을 넘어 특별한 사랑을 일궈낸 이들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한 건 에디터만은 아닐 터. 그래서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들어봤다.

    “우리는 동전과 여권 때문에 만났어요.” 어떻게 만나게 되었느냐고 묻자 생뚱맞게도 동전과 여권이라는 단어가 돌아왔다. “동전과 여권 때문이라니요?” 하고 눈이 동그래져서 되묻는다. 둘의 만남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필리핀에 교환학생으로 간 범식 씨는 여권을 복사하기 위해 복사기를 찾았지만 1페소짜리 동전이 없었다. 그때 뒤에 있던 사람이 Noreen Ann Lindo 씨였고, 그는 그녀에게 달러를 내밀며 동전으로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달러를 돌려주며 범식 씨 대신 동전을 내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도서관에서 똑같은 상황이 다시 한 번 재현됐다. 같은 과였지만 같은 반이 아니었던 탓에 서로 모르고 지냈던 둘은 이 일을 계기로 가까워졌고, 이렇게 이들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이들의 달달한 사랑에 물이 오를 무렵,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던 이들의 사랑에 처음으로 위기가 닥쳤다. 교환 학생을 마친 범식 씨가 군대에 가야 했던 것. 하지만 군대도, 국경도 이들을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전화와 편지로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이들은 사랑을 이어갔다. 범식 씨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Noreen Ann Lindo 씨의 어머니도 걱정이 컸다. 국적이 다른 만큼 문화도 다를 테고, 그야말로 걱정이 한둘이 아니었을 터. 여러모로 걱정하는 것은 부모님 입장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했을 듯싶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다른 남자 만나면 안 되겠느냐는 어머니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2008년 5월 범식씨가 전역하자 때마침 학교를 마친 Noreen Ann Lindo 씨는 부모님께 선언했다. “저 한국에 갈 거에요!”

    그렇게 한국으로 온 Noreen Ann Lindo 씨는 전북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 공부를 시작하고,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끊임없이 사랑했다. 결국, 그녀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아이들에게 필리핀 문화를 가르치고, 전주국제영화제 번역활동을 하며 범식 씨를 따라 한국에 눌러앉았다. 처음에는 문화차이 때문에 우려했던 양가 부모님도 재밌게 잘 지내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이제는 안심함을 넘어 너무 예뻐해 주신단다. 1페소를 타고 온 이들의 사랑은 이렇게 긴 시간을 지나 결실을 보게 됐다. 서로에게 첫사랑이라는 이들의 인연은 정말 하늘이 맺어준 것인 듯하다. 평소 CF나 드라마 속 로맨틱한 첫 만남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당장 동전을 들고 도서관으로 달려가시길.

    6,7.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신부 Noreen Ann Lindo 씨
    8.1페소 동전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시작한 이들
    9.신부의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신랑의 말처럼 웃는 얼굴로 능숙하게 포즈를 취하는 신부

    한국과 필리핀, 이들에게 벽은 없다.
    국제결혼이 낯설지 않은 지금. 말이야 쉽지만, 막상 쉽지만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2008년부터 한국 생활을 해 온 Noreen Ann Lindo 씨는 한국 생활에 적응되어 한국에서의 결혼 생활도 별걱정 없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시부모님 문제로 고민하기도 하지만 시부모님께서 워낙 편하게 잘 대해주신다고. 주말이면 김치찌개만 끓여 댈 그녀에게 시어머니께서 음식도 많이 가르쳐주신다고 했다. 다만 “한국 남자들은 진짜 열심히 일해요.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서 집에서도 일 생각하고. 필리핀에서 저희 아버지도 열심히 일하셨지만, 집에 있으면 Family Time을 갖거든요.”라고 너무 열심히 일하는 한국 남자들을 걱정하는 그녀다. 또 “우리 둘은 괜찮은데 아기를 가지면 다문화 가족이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조금 걱정되기는 해요.”라고 우려를 털어놓기도 했다.

    결혼 문화 자체는 필리핀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하고 한국에 살림을 차릴 계획이다. 똑같이 서양의 영향을 받아 결혼식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필리핀은 3~4시간 정도로 세레모니가 많아 긴 결혼식이 이뤄진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결혼식을 하고 비둘기를 날리고, 춤을 추고, 몸에 돈을 붙이는 세레모니가 이어진단다. 필리핀에서도 웨딩촬영을 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예쁘지 않다고 말하는 범식 씨를 살짝 흘겨보는 Noreen Ann Lindo 씨의 귀여운 모습에서 한국과 필리핀, 모두를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양국을 오가며 해야 하는 결혼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지난 12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에 돌입한 이들은 준비기간이 짧아서 아쉽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필리핀의 식장을 알아보고, 필리핀에 있는 Noreen Ann Lindo 씨의 동생이 맡아서 도와주고 있다. 음식 맛도 못 보고, 디자인도 직접 살펴볼 수 없어 아쉬운 점이 있지만 1월 중순, 결혼식 날짜보다 일찍 필리핀으로 가 아쉬운 부분을 달랠 예정이다.

    둘의 사랑은 특별해서 더욱 아름답다.
    세상에 이렇게 닭살 맞은 커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찰떡궁합이다. 순대와 곱창 빼고는 한국 음식을 잘 먹는다는 베테랑 한국인 Noreen Ann Lindo 씨지만 아직 영어가 더 편한 것은 사실. 인터뷰 간간이 어려운 단어가 나오자 귀엽게 웃으며 “오빠 도와주세요~”라고 애교 섞어 외쳤고, 그런 그녀에게 영어로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거나 “괜찮아, 천천히 말해봐.”라며 자상함을 보여주는 범식 씨의 모습은 ‘찰떡궁합’이라고 밖에 표현될 길이 없다. 동전 하나로 맺어진 인연, 군대도 국경도 무릎 꿇게 만든 이들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빛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생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친절한 Noreen Ann Lindo 씨와 평생 기억될 웨딩앨범에도 신부만 예쁘게 나오면 본인은 괜찮다는 자상한 팔불출 범식 씨. 특별한 사랑만큼 이들의 미래도 특별하게 빛나길 바라본다.

    Editor / 웨딩앤 편집부
    photographer / 루나 스튜디오,웨딩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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